▶ 정의화 국회의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포커스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 의장은 1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힘주어 말했다. 2015.09.02. 박철중 기자

[경제투데이 박진우 기자] "대한민국은 미래에 대한 대비를 전혀 안하고 있다. 올 한해 잘되면 잘 먹고, 내년에 잘 못되면 못 먹고 이런 식이다. 국회부터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힘주어 말했다.

정 국회의장은 지난 3일 <포커스뉴스> 창간특별 인터뷰에서 국회에 미래연구원 설치를 강조하며 2015년 대한민국의 경제와 정치를 날카롭게 진단했다. 외과의사 출신 정치인 답게 국가의 '환부'를 찾고, 도려내고, 단단히 싸매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해아 한다고 설파했다. 개인의 건강과 마찬가지로 국가 역시 '건강한 미래'를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포커스뉴스> 창간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할 때 언론 역시 큰 역할을 해야한다. <포커스뉴스>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으로 국민의 사랑 받는 언론이 돼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의화 국회의장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포커스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2015.09.02. 박철중 기자

- 지난 1일 국회 본회의 개회사에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언급이 많았는데 우리 미래에 대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 핵심은 우리 사회 모두가 미래를 위한 지혜를 온 힘을 다해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국가 비전과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데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취임 이후 ‘국회미래연구회’를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야가 중요한 국가적 미래 과제들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국가와 국민의 에너지를 모아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미래에 대한 대비를 전혀 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 한해 잘되면 잘 먹고, 내년에 잘 못되면 못 먹고 이런 식이다. 하지만 나라 운영이나 국가 경제라는 게 ‘잘 벌었다, 못 벌었다’ 하는 것이 아니다. 한 번 꺾이면 바로 추락이다.

언론, 정부, 대학 등 아무도 대비하지 않는다. 중장기에 대해서는 준비를 안 하고 단기적, 눈앞에 것에만 매몰돼 있다. 국회만이라도 중장기적으로 문제를 대비할 수 있는 연구원을 둬야 한다.

- 8·25 남북 합의로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 우리는 통일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야 존경받고 인정받는다. 통일은 우리민족이 영속하는 방법이고 우리의 미래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교류와 협력의 길로 확실히 나아가길 바란다.

방금 질문에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셨는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반대다. 오히려 통일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 없이 통일은 불가능한데 안타깝다.

- 통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남북 평화통일에 대한 구상은.

▲ 잘 안 알려졌지만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두 개의 본회의장이 있다. 설계 때 이미 통일 이후를 고려해 건축했기 때문이다. 남북통일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국민께 알리고 나누는 것이 국회의 최우선적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통일 대한민국의 의회는 어떤 형태가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도 국회 차원의 고민과 연구가 시작돼야 한다. 남북이 이번에 합의한 교류협력 확대도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국회는 예산과 법안 등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수많은 작은 점이 모여 선이 되고, 그 수많은 선이 모여 면을 이룬다. 정부 차원이든 민간 차원이든 남북이 작은 것에서부터 끊임없이 교류하고 소통하면 통일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 민족의 미래에 희망이 생긴다.

-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활동 중인 정치개혁특위가 잘 안 돌아가고 있다. 정치개혁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무엇인가.

▲ 우리는 40년 가까이 나라를 빼앗겼다가 되찾았다. 그로부터 70년이 흐르면서 눈부신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정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제 대한민국의 대전환과 미래를 위해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정치가 돼야한다.

개인적으로 올해가 적기라고 믿고 있다. 정개특위가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과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선거제도를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

정치개혁이 잘 되기 위해서는 언론이 감시 기능을 잘 해줘야 한다. 내가 언론을 존중하는 이유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언론인에게 직접 건네는 명함에는 개인 휴대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 개헌은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 개헌의 구체적인 방향은 박근혜 대통령 후임인 19대 대통령(2017년 대선)의 임기를 줄여 국회의원 선거와 시기를 맞추는 것이다. 대선과 총선을 나눠 하는 것은 환자가 의사 말 안 듣고 계속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과 같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통일까지도 대비하는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 헌법을 제대로 바꾼다면 국가 재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개헌은 현실적으로 현 19대 국회에서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제헌절에 개헌 논의를 다시 꺼낸 이유는 ‘불씨’를 끄지 않기 위해서다. 20대 국회와 19대 대통령 선거로 가는 길목에서 개헌이 공약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20대 국회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개헌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 권력 구조는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개인적으로는 양원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양원제를 도입하고 상원을 미국식으로 하면 된다. 미국은 인구가 많든 적든 주마다 2명의 상원의원을 뽑는다. 이렇게 하면 인구편차와 지역편차를 극복할 수 있다.

현행처럼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독점되기보다는 권력 분권형이 맞다고 본다. 바로 내각제로 가기 어렵다면 ‘반(半)대통령제’를 통해가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포르투갈의 경우 대통령이 ‘의회해산권’을 가지고 있다. 이는 엄청난 권력이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그래서 이 나라의 대통령과 총리는 일주일에 한 번은 의무적으로 만난다. 대통령은 자신이 돌아다니면서 들은 여론을 총리에게 전한다.

- 국회의장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경제 관련 법안은 무엇인가?

▲ 이번 정기국회 개회사에서도 말했지만 우리 경제는 매우 위기 상황이다. 투자와 생산, 일자리는 감소하고 소비와 민생경제는 위축돼있다. 청년실업률은 10%를 넘어섰는데 이는 IMF 위기 이후 최고치다.

그래서 경제를 활성화시킬 법안들을 통과시킬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기보다 ‘기대’를 하게 된다. 통과된 법안마다 목적하는 바를 이뤄서 우리 경제가 활성화되고 서민경제가 안정되기를 바란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예산이 제 때 통과돼야 정부도 적시에 예산을 집행할 수 있고 그래야 예산편성 당시의 취지를 온전히 달성할 수 있다.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예산안을 제 때 통과시킨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 <포커스뉴스>와 인터뷰를 진행중인 정의화 국회의장. 2015.09.02. 박철중 기자

- 의원 시절부터 ‘동서화합의 전도사’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지역주의 타파에 애쓰고 있다. 의장 취임 후에는 어떤 활동을 했나.

▲ 국회의장에 취임한 후 첫 공식일정으로 5.18 민주묘역을 찾았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동서화합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한 마음이었다. 동서화합과 국민통합 차원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곡으로 제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훈의 목적은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모든 행동의 기준은 국민통합이냐 아니냐이다.

남해안 발전에도 관심이 많다. 오래전부터 여수에서 경남 하동에 이르는 가칭 ‘섬진강시’ 건설을 주창해왔는데 지금도 섬진강시의 입법과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섬진강 일대에 조성하는 경제적 통합지대나 거점도시가 우리 국토균형발전과 동서화합을 이루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국회의장 취임 이후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도 지역주의 타파활동의 연장선이다. 국회를 벗어나 전국의 주요대학과 지자체, 시민단체 등의 강연 초청을 마다않는 이유도 국민들을 만나고, 대립과 갈등을 넘어 통합하고 화합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미국은 내심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의회 차원에서 중국과의 외교는 어떤가.

▲ 한국과 미국은 동맹 이상의 관계다.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아마 한국과 미국은 한 편일 것이다. 한미 동맹이 모든 외교의 토대다. 미국은 우리 영토에 대한 야심 같은 것이 없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대대로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우리는 전 세계 모든 나라와 다 친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이나 AIIB 참여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미국과의 이해 속에 중국과 가까이 지내야한다. 일본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약소국가다. 그래서 모든 문제에 적극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이것저것 ‘계산’하다가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포커스’를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계산은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것이다. 실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에 포커스를 맞추고 외교활동을 펼쳐야 한다.

- 최근 개인 사진전을 열었다. '사진가 국회의장'으로서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 고등학교 2학년 때 형님의 권유로 카메라를 손에 쥔 후 어느덧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은 삶의 순간이 포착되고 그것이 기록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물사진을 주로 찍는데, 사진은 인간의 가치와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SNS에서 사진을 통해 국민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내게 사진은 중요한 ‘소통의 소재’다. 골목시장 처럼 서민의 삶과 그 안에 숨겨진 애환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은 어디나 '정치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을 다니면 사진 찍을 때의 습관처럼 본능적으로 구석구석 살피게 된다. 기회가 되면 사진도 찍어 그 장면과 기억을 잊지 않으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