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jpg

정의화 국회의장(부산 중구·동구, 5선)은 13일 차기 대권주자로 본인을 바라보는 정치권 일각의 시선에 “나는 좀 빼달라”며 손사래를 치고 “퇴임 후 나의 꿈은 한반도 통일에 기여하는 한국형 슈바이쳐”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김능구 본지 대표와 가진 <폴리뉴스 15주년 폴리피플 6주년 특집, ‘대한민국 길을 묻는다’> 인터뷰에서 “국회의원도 흔히 논두렁 정기를 타고나야 한다는데, 대통령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하늘이 내린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이 기존의 ‘의전형’ 국회의장과는 달리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유로 “취임 초부터 의전형 의장이 아닌 실무형 의장이 되겠다고 공언했다”면서 “국회의 품격을 높이고, 제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국회를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해 아직도 제가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의사출신인 정 의장은 “의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 항상 우리 사회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돕는 ‘도시형 슈바이처’를 꿈꿔왔는데 앞으로는 북한의 의료개선에 일조하는 ‘한국형 슈바이처’가 되고 싶다”며 퇴임 후 계획을 밝혔다.

그는 “퇴임 후가 더 아름다운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처럼 한반도 통일에 기여하는 여생을 보내고 싶다”며 “북한 전역에 30곳을 선정해 30병상 규모의 작은 종자병원(Seed Hospital)을 설립하는 ‘3030’운동을 전개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 후반부다.

“분열의 소선거구제에서, 통합의 중대선거구제로”

-이번에 여야 원내대표들과 만나 2월 중 국회 정치개혁특위(정개특위)를 구성하는 것을 잠정합의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선거제도를 미리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사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여야를 지역감정에 안주하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다량의 사표를 만들어 국민의 정확한 의사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어떤 선거제도가 바람직하다고 보나.

저도 지역정당을 고착화하고 승자가 독식하는 현행 선거 제도인 소선거구제는 대한민국의 대전환과 미래를 주도할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결국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또 현재 각 당이 비례대표의원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천권을 가진 사람들의 일방적인 밀실 공천이 이뤄질 우려가 있으니 독일식으로 권역별 비례대표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담을 수 있는 선거구제,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는 제도를 준비해야 하는데, 그걸 위해 2월 중순까지 정개특위를 구성하자고 여야 원내대표와 합의했고, 거기에 앞서 이달 중에 국회의장과 여야가 추천하는 외부인사로,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덕망 있는 분들로 구성되는 ‘선거제도 개혁 국민자문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각종 선거제도의 장단점을 검토할 자문위는 국회의장 직속기구로 하되 의장이 4명, 여야가 각각 4명씩 추천해 총 12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일단 우리가 앞으로 어떤 선거구제로 가야할지 이야기가 완성돼야 선거구 재획정도 이야기가 가능하지 않겠나.

이미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2대1로 변경됐는데, 선거제도를 어떻게 할지 결론이 나야 새로운 선거구 획정도 가능하다. 법적으로 차기 총선의 6개월 전인 올해 10월까지는 선거구가 획정돼야 하니까 될수록 빨리 진행하겠다.

-중대선거구제를 말씀하셨지만, 과거 5공시절에도 중대선거구제였다. 그 당시 국민들은 그다지 만족해 하진 않은 것 같은데.

군부독재시대였던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우리가 통합으로 가야하는데, 현행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의 문제가 생기며 거대양당 정치가 계속된다. 즉 51%가 49%를 끌고 가는 모양새인데, 49%가 51%의 결정에 모두 다 동의하기 어려우니 결국 발목을 잡게 된다. 그래서 분열양상으로 간다.

이걸 통합으로 가기위해선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다당제 국가로 가야한다. 다당제로 가야 자연스레 연합이나 연정으로 가고 통합이 된다. 또 그렇게 해야 상대방의 좋은 정책은 서로 쓰고, 상대방에 훌륭한 분이 계시면 같이 마음을 맞춰 정치를 하면서 우리사회가 통합으로 갈 수 있다. 지금 같은 남남(南南)갈등 속에서는 통일도 어려울 것이다.

그 점에서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사표를 줄이는 석패율제 등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국회 원내교섭단체 요건을 낮춰 양당제가 아닌 다당제를 지향해 정책연대 등을 통한 연정으로 정치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개헌은 빠를수록 좋지만...적용은 차차기부터”

-정개특위와 함께 개헌특위도 구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소위 1987년 헌법의 한계가 온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오면서 개헌논의가 힘을 받고 있고, 여야 할 것 없이 개헌에 대한 의원들의 공감대도 형성된 것 같은데, 국회 자체적으로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원들 사이의 일종의 컨센서스는 이뤄졌다. 개헌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권력구조이고 다른 하나는 그 외의 것이다. 그 외의 것은 사회, 문화, 교육, 지방 자치 등등 여러 가지 주제인데, 사실 87년 헌법이 개정된 뒤 국가의 경제적 규모, 사회문화의 다양성, 지방분권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개헌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또 개헌 추진은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권력구조다. 변화의 필요성은 다들 인식하지만 어떻게 할지 합의하기가 어렵다. 4년 중임 대통령제,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책임제 등으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의견이 의원들 각자 다양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 19대 국회 임기가 약 1년 반 남았는데, 총선을 고려하면 결국 올해만 남은 셈이다. 이 상황에서 올해 의원들이 합의를 이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며 우려하는 ‘국정의 블랙홀’ 문제도 있다. 사실 가다보면 그런 가능성이 있지않겠나.

그래서 만약 이번에 결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 적용은 차차기인 20대 대선(2022년)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개헌 이슈가 현 정부의 ‘국정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어지고, 차기 대권 주자들의 관여도 줄어들면서 논의가 쉬어지고 충분히 여야합의도 유도할 수 있다.

그래도 안 되면 20대 국회로 넘겨서 해야 한다. 아마 그때 또 논의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권력구조 이외의 부분은 지금이라도 되는대로 논의해서 통과시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사람 고치는 의사에서 사회 고치는 의사로”

-사진전에 입선할 수준의 아마추어 사진작가이자, 수천 번의 집도경험을 가진 뇌신경외과 전문의, 소형 전문병원을 대형 종합병원으로 키워낸 CEO라는 다양한 이력을 가진 정치인이다. 굳이 정치인이 된 계기는?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의사에서 우리 사회의 병을 고치는 큰 의사가 되고 싶었고, 대한민국을 조금이나마 건강하게 만들고자 정치에 입문했다. 제 정치목표는 우리 사회가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며, 정직하고 투명하며, 정의가 살아 숨 쉬는 ‘건강사회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물질과 정신이 균형을 이루고 국민들이 서로 신뢰하는 건강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

더불어 남북 화해와 교류, 궁극적으로 통일에도 기여하고 싶고, 국민통합 나아가 남북통일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 국회의장 정의화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라는 사명감을 갖고 제 모든 역량을 다해 노력하겠다.

-부산출신이지만 국회의장 취임 후 첫 공식방문지가 광주 5.18 공원이고,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최초의 명예 광주시민이라는 타이틀이 있으실 정도로 영호남 지역감정해소에 매진하셨다. 지역감정 해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고, 향후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실 계획이나 복안은?

호남과 인연을 맺은 것은 예전 1974년 전주 예수병원에서 제가 수련의로 일하면서다. 당시 제가 만나 뵌 호남분들은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근검절약을 실천하며, 예와 의리를 중요시했다. 동서화합은 국민통합과 남북통일의 단초이자 내가 정치를 하는 목적 중 하나다.

전 ‘조그마한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려있고, 동서가 간격이 있으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서 정치에 입문하기 전인 1991년부터 ‘영호남 민간인 협의회’ 등을 결성해 영호남 화합을 위해 노력해 왔다.

정계에 입문한 이후에도 꾸준히 노력해서 지난 2004년 한나라당 지역화합특위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호남고속철도 조기착공, 여수 엑스포 유치 등에 노력했다. 또 동서화합 방안으로 ‘섬진강시’ 건설을 제안하고 남해안 개발로 영호남의 화합 발전 및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해야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런 점들을 지역 분들이 평가해주셔서 광주와 여수 명예시민이 됐고 전남과 전북에서는 명예도민이 됐다. 또 부산 출신 호남국회의원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어쨌든 지역감정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지만 제가 지금까지 해온 일만으로는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 구조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풀어야할 문제가 있는데 그게 바로 앞서 말한 선거제도 개혁이다. 중대선거구제 등을 도입해 호남에서 보다 많은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고, 영남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당선돼 각 정당이 골고루 분포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영호남 화합에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건강사회 대한민국’을 말씀하셨지만,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복지가 중요할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복지에 대한 몇몇 논쟁이 있었다. 정부여당은 국가재정에 걸맞는 복지를 해야 한다면서 ‘지금의 복지가 좀 과다한 것 아니냐’, ‘경제성장을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반면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1년에 375조의 국가재원을 생각하면 실상 복지비용의 비율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복지를 더 확충해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이루자’고 한다. 정 의장은 어떤 입장이신가.

성장과 복지는 따로국밥이 아니라 4륜구동 자동차의 앞뒤 바퀴와 같이 함께 굴러가야 한다. 그렇지만 안정적인 성장이 없으면 지속적인 복지도 없다. 대표적 복지국가로 인식되는 북유럽조차 ‘성장을 외면한 복지’가 아니다.

즉 철저한 자유시장 경제모델을 채택하고 노동시장의 유연함을 보장해 안정적 경제성장을 도모해야한다. 다만 그 성장의 열매가 복지에 온전히 투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재정개혁을 통한 복지재정 마련에도 힘써야 할 것 같다.

“대권은 하늘이 내리는 것, 나의 꿈은 ‘한국형 슈바이쳐’”

-일각에서는 정 의장의 ‘광폭행보’를 보고 큰 꿈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19대 국회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선이 다가온다. 특히 김무성, 김문수, 홍준표 등 15대 국회 등원 동기들이 차기 대선주자로 손꼽히고 있는데 대권도전 의사는 있나.

나는 좀 빼줬으면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발 국회의장 2년이라도 제대로 하게 도와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국회의원도 흔히 논두렁 정기를 타고나야 한다는데, 대통령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하늘이 내린다고 생각한다.

‘광폭행보’라고 말했지만 전 취임 초부터 의전형 의장이 아닌 실무형 의장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또 인생에서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살아왔다. 대의민주주의의 성공은 국회의장의 권위에 달려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국회의 품격을 높이고, 제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국회를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해 아직도 제가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럼 국회의장의 임기가 끝나면 향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전 퇴임 후가 더 아름다운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처럼 퇴임 이후 한반도 통일에 기여하는 여생을 보내고 싶다. 제 장인(평양)과 장모(의주)의 고향이 이북이라 내 몸의 반은 이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의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 항상 우리 사회의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돕는 ‘도시형 슈바이처’를 꿈꿔왔는데 앞으로는 북한의 의료개선에 일조하는 ‘한국형 슈바이처’가 되고 싶다. 그래서 지난 2006년에 남북의료협력재단을 만들어 대북의료지원 활동을 했고, 퇴임 후에도 ‘3030’운동을 전개할 생각이다.

‘3030’운동은 북한 전역에 30곳을 선정해 30병상 규모의 작은 종자병원(Seed Hospital)을 설립하는 운동이다. 만약 북한의 의료환경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통일이 된다면 그로 인한 막대한 통일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는 한마디 부탁드린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을미년 ‘청양(靑羊)의 해’에 만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양(羊)’자는 ‘옳을 의(義)’, ‘착할 선(善)’, ‘아름다울 미(美)’, ‘상서로울 상(祥)’ 자에 모두 들어있습니다. 그러한 양이 상징하는 바와 같이 의롭고 선하며 아름답고 상서로운 기운이 우리 사회에 가득하길 기대합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까지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나눠주시길 부탁드리고,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는 2015년이 남북통일의 물꼬를 트고 국민통합의 씨앗을 뿌리는 통일과 통합의 원년이 되길 희망합니다.

2015년 새해, 저도 정통인화(政通人和)의 자세로 국회를 혁신하고 올바른 정치를 이뤄 경제와 민생이 활짝 필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습니다. 경제회복과 민생에 직결되는 안건은 국회의장으로서 직접 나설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