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병에 수액 담고, 주사바늘 돌려쓰는 북한

［메디컬투데이 정혜원 기자］ “전염성이 없는 폐외결핵에 감염된 북한 주민은 태부족인 의약품 보급 실정 때문에 약을 처방받지 못하고 다리를 절단 당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의약품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막상 이를 저장할 냉장시설 운영 전기가 없어 제대로 사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맥주병이나 사이다병에 수액을 담아 사용하는 등 북한의 의료상황이 최근들어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자, 10일 남북의료협력재단과 북한경제전문가 100인포럼은 ‘북한의 의료실태와 남북의료협력 방안’을 주제로 공개 세미나를 열었다.

◇북한 결핵 사망 100만명, 지원 시급

물론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북한의 보건의료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전체적으로 열악한 환경과 창궐하는 전**을 막을 치료약과 의료장비의 부족 때문.

이날 세미나에서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은 "북한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망 원인인 전** 중 결핵에 의한 사망이 1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해 충격을 안겨줬다.

인요한 센터장은 특히 "북한 병원에는 전기, 의약품 등 모든 것이 부족하다"며 "우리가 하루를 발전하고 있을 때 북한은 일주일을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에 퍼주기를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아직 퍼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하며 "전** 창궐을 막기 위해서는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이 병원을 짓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북한은 현재 치료약과 의료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질병을 조기에 발견·예방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치료방법일 수밖에 없다는 절절한 목소리다.

실제로 북한에서 10여년동안 간호사로 근무했다는 탈북여성 김씨도 이날 세미나에서 피폐한 북한의 보건의료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북한에서는 현재 주사바늘 돌려쓰기가 전** 창궐의 원인"이라며 "한개의 주사바늘을 10명이 넘는 사람이 돌려쓰다 보니 또 다른 전**을 양산해 결국 치료약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북한의 보건의료지원이 군대나 간부급 인사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대북 의료지원이 가난한 서민계층을 위한 지원에 우선 중점을 둘 것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 "북한 의료환경 자립 도울 것"

이날 세미나에서는 복지부를 비롯한 통일부 차관 등 정부측 인사들도 다수 참석해 북한의료지원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최종균 국제협력담당관은 "북한에 보건의료아이템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북한 보건의료환경이 자립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하는 필수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정부는 보건의료협력 사업 중 백신과 의약품 지원을 통한 전** 예방사업 및 소독성 공장 건립, 사리원 인민병원의 현대화 등 4가지 사항을 북한과 합의해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통일부에 국한되지 않고 “복지부 차원에서도 북한과의 보건의료분야 협력을 강화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부 측 의지에 인요한 국제진료센터장은 북한의 보건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3단계 과제를 제시하며 응수했다.

우선 예방접종을 통해 병을 없앨 수 있도록 각 도마다 '백신 냉장보관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최소 100억원에서 300억원 가량의 예산 확보는 필수적.

두 번째로는 240여개가 넘는 군단위 인민병원과 9개의 도단위 인민병원에 우리정부가 임상병리기계와 엑스레이기계, 혈청검사 기계 등 기초장비를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지원에 따른 모니터링 방법 역시 평양에 지사를 두고 기술자들이 의료장비를 수리할 때마다 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수술실 현대화 작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이상, 의료기술 이전도 불가능할뿐더러 국제사회의 의료진 지원이 소용없게 된다고 인요한 센터장은 강조했다.

그는 “수술실 하나를 만드는데 약 5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이는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데 달려있다”고 정부 지원을 거듭 촉구했다.

메디컬투데이 정혜원 기자 (wonny0131@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