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체제를 맞아 통일 이상과 남북분단의 현실을 균형적으로 반영한 새로운 개념의 대북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내에서 제기돼 주목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노선과 김대중 정부의 '햇볕론'의 장점만을 따온 개념으로, 이른바 '무지개정책'(Rainbow Policy)으로 불린다.
새누리당 정의화 전 국회부의장은 6일 "지난 15년간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대북정책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대북정책은 보다 중용적이고 보다 다면적이며 보다 다차원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방적인 지원을 통해 변화를 추구했던 햇볕정책도 엄격한 상호주의를 채택했던 대북봉쇄정책도 결코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한 만큼 보다 새로운 개념의 대북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햇볕정책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의 개념이 아니라 과거의 성과를 계승하고 실책을 개선하는 전통 위에서 새롭게 조성된 국내외 여건에 맞도록 대북정책의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 전 부의장은 "북핵문제 해결과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선 다면적인 접근 이외에는 현실적 대안이 사실상 없다"고 한 뒤 "정권의 이념과 성향과는 무관하게 대북 접근법은 포괄적일 수밖에 없다"며 '포괄적 접근법'을 언급했던 미국 클린턴 행정부 시절 페리보고서와 부시 2기 행정부 시절 젤리코 보고서를 인용했다.
그는 "더이상 대북정책이 외교정책, 안보정책과 별개의 분야가 아니다"라며 "통일, 외교, 안보분야의 정책이 유기적으로 융합된 종합적이고 정교한 정책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지개정책의 세부적 제안으로 우선 '빨강'의 경우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명제에서보듯 동포애·인도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고 정 전 부의장은 밝혔다.
관련 세부정책으로 △영유아 영양지원 △전** 예방 △질병 치료 등 기초의료 지원 △재해지원 △5만톤 이하 식량지원 등은 남북관계의 경색여부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지원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주황'은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민적 합의를 거쳐 북한 태도에 연동해서 지원해야 함을 가리킨다고 그는 강조했다.
남북관계의 진전, 핵문제 등의 남북간 핵심 현안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수준에 따라 예컨대 식량 지원 규모를 차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랑'의 경우 남북경제공동체의 밝고 낙관적인 미래상을 보여줄 수 있는 경제협력사업은 장기적 전망을 갖고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록'은 남북협력 분야 중 중단의 후유증이 상대적으로 적고 협력 재개 시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생명력이 강한 분야는 남북관계와 연동해 사업을 진행하자는 뜻이다.
단순교역, 단순 임가공 등 많은 자본이 필요없고 중단시 사전에 위험 회피가 용이한 경제협력사업, 중단되어도 회복탄력성이 큰 농업·임업·해양수산 분야의 협력사업, 그리고 제재해제 시 사업의 즉시 재개가 가능한 사회문화 인적 교류사업은 핵실험이나 무력도발 등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가 발생할 때 단계적인 제재수단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파랑'은 북핵불능화 및 북핵폐기, 북한의 개혁 개방 등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때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 안보적 인센티브를 제공함을 가리킨다.
'남색'의 경우 북한주민의 인권문제, 이산가족 문제 등 보편적 인권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하되 그 제기방식과 강도는 남북관계 상황과 연계하자는 의미다. '보라'는 안보문제로, 한반도 평화구조가 구축되고 남북이 실질적인 군축에 돌입하기 전까지는 남북관계와 무관하게 철저한 안보태세를 확립하자는 것을 말한다.
정 전 부의장은 "질병치료 방법 중 '칵테일 요법'이 있는데 한가지 약만 처방하는 게 아니라, 증세에 따라 필요한 약을 섞어서 처방함으로써 치료효과를 높이는 것"이라며 "남북분단의 상황은 반신불수 상태로, 분단의 중병을 치유하기 위해선 대북정책도 다양한 지원책을 알맞게 혼합해 사용해야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데 그 '처방전'이 바로 '무지개정책'"이라고 강조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
